오늘은 운 좋게도 지역 원로의 발걸음을 따라 버스와 도보를 결합한 독특한 방식으로 시코쿠 헨로 순례를 깊이 체험하는 여행을 했습니다. 우리는 몇몇 오래된 헨로 길을 따라 86번 시도지(志度寺)에서 출발하여 종착점인 88번 오쿠보데라(大窪寺)까지 걸었습니다.
시간을 초월하는 이 여정에서 원로는 옛날이야기를 줄줄 읊듯이 도표와 헨로 무덤의 유래와 그 배경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의 생생한 해설을 통해 고도에 쌓인 오랜 세월이 다시 눈앞에 떠오르는 듯하여 이번 순례길은 단순한 도보 여행이 아닌 의미 있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과거에 걸어서 산에 오를 때 저는 헨로 교류 살롱(遍路交流沙龍) 앞의 길을 걷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원로가 먼저 우리를 헨로 교류 살롱을 지나 산기슭을 따라 뻗어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고도로 안내했습니다. 이 고도는 헨로 순례자들이 잘 다니지 않아 길을 따라 늘어선 헨로 무덤이 온전하게 보존되어 역사적 가치를 증명하는 귀중한 흔적이 되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취락과 가까운 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또 다른 헨로 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 길은 시대 변천의 흔적이 가장 뚜렷한데 취락의 발전과 도로 개척에 따라 원래 방위를 지시하는 데 사용되었던 정석(丁石)이 옮겨져 표지판이 엉뚱한 곳을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원로의 현장 해설을 통해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러한 ‘어긋남’의 변화를 한 번에 모두 꿰뚫어 볼 수 있었고, 역사의 재미와 안타까움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도로 개척과 환경 변화로 인해 길가와 산비탈에 흩어져 있던 헨로 무덤의 일부도 한곳으로 옮겨져 집중된 것 같습니다.
이번 헨로 순례 여행은 단순히 몸으로 걷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역사와 깊이 대화하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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